백두에 이어 만기도 저 세상으로 떠났다.
오늘은 음력 열여드레, 불가에서 중요하게 기념하는 지장재일이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하신
지장보살께 죽은 영혼들의 천도를 부탁하는 재를 올린다.
2007년 티벳여행에서 만난 부산 옥천사의 정혜스님께서 5년 째 매월 지장재일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신다. 나는 매월 음력 열엿새날 지난 한 달간
죽은 아이들을 모아 다비하고 스님께 보고한다.
옥천사 대웅전 한 켠에 우리 아이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닭뿐만 아니라 쥐, 고양이, 지네 위패도 있다.
스님께서 절 주변에서 죽은 생명을 보는 족족 천도를 해주시는 것이다.
신심이 모자라 아직 영혼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먼저 간 아이들에게 이렇게라도 내 마음 전할 수 있으니 한결 평안하다.
나약한 인간의 고통과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 아니겠는가.
어제와 그제 비가 와서 오늘 아침 일찍 다비를 했다.
큰닭 30마리, 병아리 16마리, 로드킬 꿩 1마리.

사랑하는 내 아들 만기야,
그 지경의 몸으로 오래도 버텼구나.
너에겐 일각이 여삼추였을 터.
이승에서 갚을 빚이 얼마나 많기에 그런 몸을 선택해서 나왔니.
후생에서 얼마나 큰 영혼의 성장을 이루려고 그런 몸을 선택해서 나왔니.
고백컨대, 아주 가끔은 네가 어서 고통스런 삶을 마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바쁠 땐 네가 짐처럼, 혹처럼 느껴진 순간들도 있었어.
아마 너도 눈치 챘을 거야.
스스로는 물을 먹을 수가 없어서 갈증을 참으며 엄마 오기만을 기다리는 너에게,
모이 그릇에 엎어진 채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너에게,
엄마는 물을 먹여주고, 자세를 바꿔주고, 운동을 시켜주는
유일한 기쁨이고 희망이었을 텐데...
네가 얼마나 서러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후회는 늘 늦고 아프구나.
만기야,
엄마가 네 작고 불편한 몸 다비하면서 기도했어.
우리 만기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엄마 곁으로 보내달라고.
우리 만기 꼭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사랑한다, 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