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닭의 특징 중 하나는 취소성就巢性이 강하다는 점이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잘 깐다는 뜻이다.
암탉이 병아리를 잘 까면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양계가 산업화 되면서 재래닭의 취소성은 오히려 생산성 저하의 주인으로 폄하되었다. 암탉이 알을 품기 시작하면 병아리를 까서 독립을 시키는 두 달 가까이 산란이 중지된다.
산업화 된 양계에서는 닭의 역할이 세분화되었다. 고기를 얻기 위한 육계, 알을 얻기 위한 산란계, 대를 잇기 위한 종계 등. 재래닭은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까서 대를 잇고, 고기까지 제공하지만 양계산업에서 재래닭과 같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이미 그 소용이 끝났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기르는 연산오계는 재래닭의 특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야생성이 강하고 잘 날며 특히 취소성이 탁월하다. 병아리 키우기 좋은 봄, 가을에만 품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사시사철 품어대는 통에 뒷바라지 하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몇 해 전에는 눈이 소복히 쌓인 한겨울에 갓 걸음마를 시작한 병아리를 데리고 산을 내려온 어미닭도 있었다. 병아리가 추워서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자꾸 어미 품속으로 파고 들자 걷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며 마당으로 내려오는 참이었다. 얼마나 놀랐던지...
한낮 온도가 30도를 육박하는 요즘 비좁은 산란상자에 틀어박혀 하릴없이 앉아 있는 어미닭이 수두룩하다. 산란상자에서는 다른 닭이 알을 낳기 위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온전하게 병아리를 깔 수 없다. 그렇다고 자리를 옮겨줄 수도 없다. 처음 알을 품던 곳이 아니면 절대로 품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닭고집이란 말이 생겼을까.
엊그제 품는 종계 예순두 마리를 격리사로 옮겼다. 방을 한 칸 비워 산란상자를 없애고 예전에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언제 식음을 전폐하고 산란상자에 앉아 있었느냐는 듯 바닥으로 내려와 두 발로 깔짚을 헤집으며 노느라 여념이 없다. 필시 닭대가리다. ㅎㅎ
어제 장비창고 구석에서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을 발견했다. 자갈바닥에 알 열 개를 낳아 안고 있다. 놀라서 달아나는 것을 보니 품은 지 얼마 안 됐나보다. 자갈에 부딪쳐 알이 깨질세라 깔짚을 두툼히 깔고 알을 교체해주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연화라 이름지었다.
순리적으로12-05-30 17:16
어느학교 선생님이 이렇게도 잘 가르쳐 주실 수가 있을까요!?
귀에 쏙쏙.이론과 실제가 딱 맞잖아요.!?
연화마마가 참 이쁘네요.
계모12-05-31 10:30
저렇게 안전한 곳에 터를 잡으면 윈윈이죠.
저도 편하고, 병아리도 안전하고, 산바라지 하는 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