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장에서 기르는 오복이라는 개가 있다.
농장장이 기거하는 사택에서 살았는데 지난 1월 농장장이 퇴사한 후로
빈 집을 지키며 혼자 살았다.
사택이 농장에 붙어 있으니까 엄밀히 말해 밥 주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 딴엔 무척 외로웠나보다.
사람만 가면 마구 달려들어 옷에 흙과 털을 잔뜩 묻혀 놓곤 해서
미안하지만,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기록을 찾아보니 오복이를 만난 지 오 년이 되었다.
털이 검은데다 오계농장 식구가 됐으니 돌림자를 써서 오복이라 불렀다.
오복이는 유기견이었다.
당시 나는 사비라는 삽살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동물병원에 갔다가 오복이를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 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대책도 없이 데려온 아이다.
오복이만 데려올 수 없어서 같은 처지에 있던 두 마리를 함께 데리고 왔다.
한 마리는 송아지처럼 컸고, 다른 한 마리는 시츄였다.
큰 아이와 오복이는 직원들이 한 마리씩 맡아 주었고, 시츄는 눈병이 심해서
내가 맡아 사비와 함께 기르게 되었다.
그런데 오복이를 맡았던 직원이 한 달여 뒤 개가 너무 산만하고
사람을 귀찮게 해서 도저히 못 기르겠다며 도로 데려왔다.
그 때부터 오복이는 사택에서 농장장과 함께 살게 되었다.
엊그제 오복이가 실종됐다.
쇠줄이 끊긴 것도 아니고 통째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침에 밥을 줬고 오후 세 시쯤 그 사실을 알았으니까 점심 무렵 사달이 난 것이다.
CCTV를 돌려봐도 사각지대가 있어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닭밥을 주고 있는데 오복이가 돌아왔다.
쇠줄은 없고 목줄은 그대로 있는데 목줄과 별도로 파란색 노끈이 목에 바투
매여져 있었다. 그리고 목줄과 연결된 노끈은 30cm쯤 되는 길이에서
어지럽게 끊겨 있었다. 추정컨대, 누군가 오복이를 노끈으로 묶어 매달았고
노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도망쳐 나온 것이다.
나쁜 X들!
오복이를 외진 곳에 혼자 둔 내 잘못이다.
새 보금자리가 완성되는 이틀 동안 오복이를 부화실 앞에 매어 두고
잘 보살펴주었다. 충격이 심했던지 별로 나대지도 않고 말수가 적어진 것 같다.
미안하다, 오복아.
네게 너무 많은 아픔과 시련이 있었구나.
이제부터 엄마가 널 지켜줄게.
그래도 엄마가 이름 하나는 잘 지었지 않니?
두 주인을 만나고, 두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네가 원하던 대로 사람 구경 실컷 할 수 있는 곳에 새 보금자리까지 마련했으니
이름덕 본 거 아니겠니. ㅎㅎ
엄마가 한자이름 바꿔줄게.
烏福--> 五福 ^^